💌 세 번째 편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안녕, 친구!

설 연휴 잘 보내고 있어? 나는 슬슬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당근마켓에 팔기도 하고, 또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하기도 하면서 워홀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 나가고 있어. 출국까지 딱 한 달 남았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왜 워홀을 떠나는지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해.

“Rolling stone”이라는 말 알아? 단순히 ‘Rolling Stones 롤링 스톤즈’라는 영국의 유명 록 밴드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 아주 우연한 기회에 이 말의 뜻을 알게 되었어. ‘구르는 돌’이라는 뜻으로, 방랑자를 의미해. "A rolling stone gathers no moss.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라는 속담으로도 알려져 있지. 원래는 ‘꾸준하지 않고 자주 옮기거나 하는 사람은 결실을 얻지 못한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현대에 와서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은 녹슬지 않고 계속 발전한다.’라는 의미로도 해석된다고 해. 설령 원래 의미대로 결실을 얻지 못하더라도 좀 어때? 평생 데굴데굴 구르는 돌멩이로 자유롭게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면서 다양한 풍경을 보며 사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난 24개국을 여행했는데,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나의 “넓이”를 알게 됐어. 윤나라가 아주 작은 원인 줄로만 알았는데, 한국이라는 선을 여행이라는 지우개로 지우자, 그보다 훨씬 더 넓은 도화지라는 걸 알게 됐거든. 평소에도 외향적이긴 하지만,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의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외향적인 사람이었어. 특히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는 ‘하루에 한 명 이상에게 말 걸기’가 내 목표였고, 실제로 어떤 장소에서든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친구 맺는 나를 보면서 ‘내가 자란 곳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스스로 느꼈지.

그렇게 여행으로 내 넓이를 확인했다면, 워홀이라는 일년살이로 경험해보고 싶은 건 나의 “깊이”야. 내 밑바닥을 알고 싶어. 해외여행을 하면 물 하나 사는 것도 도전이잖아. 유럽 사람들은 일반 생수만큼 탄산수를 즐겨 마시는데, 그걸 모르고 당연히 생수인 줄 알고 샀다가 탄산수라서 놀란 적이 있었어. 한국에서라면 이 브랜드는 이렇고, 저 브랜드는 저렇다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도 알고 있어서 나의 모든 선택이 이미 간소화되어 있지만, 낯선 곳에서는 삶의 아주 작고 사소한 부분부터 직접 부딪혀 가며 일상을 도전처럼 살아야 할 거야. 그런 예상치 못한 순간들과 도전의 연속으로 하여금 내 깊이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 밑바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낮고, 좋지 않은 모습일지도 모르지. 그럴지라도 그런 모습까지 나이기에 꼭 알고 싶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스스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과거까지의 나일 뿐이야. 그래서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하는 순간, 그건 오히려 스스로 한계를 지어버리는 거지. 나는 나 자신을 한계 짓지 않고, 나라는 넓은 도화지에 이 그림도 그려보고, 저 그림도 그려보고 싶어. 누구에게나 미래의 ‘나’는 미지의 세계잖아. 2023년에는 캐나다라는 새로운 세계를 통해 ‘나’라는 세계도 탐험해보려고!

그럼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무리할게. 읽어줘서 고마워!

다음 편지에서는 왜 캐나다를 선택했는지에 관해 얘기해볼게.

새해 복 많이 받아! 2023년엔 훨씬 더 넓어지고 더 깊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