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편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안녕, 친구!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피해는 없었어? 난 다행히 없었지만, 주변에서는 수도도 얼고 차도 얼고 난리도 아니었더라구. 내가 가려고 하는 캐나다 토론토도 앞으로 세 달은 더 추울 거라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 🥶 최근에 친구로부터 “그런데 왜 캐나다야?”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오늘은 그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사실 워홀로는 호주가 가장 유명하고, 다른 영어권 국가들도 있는데, 왜 캐나다일까. 사실 그 이유는 조금 우습게도 내 전 남자친구에게 있어. 그래서 이번 편지의 제목으로 넷플릭스의 유명 하이틴 로맨스 영화 제목을 차용해봤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나는 내가 만난 연인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야. 사실 캐나다 사람도 1년간 만난 적이 있는데, 그가 내게 위조 신분증만 있다면 영어 원어민 선생님으로 일해도 될 정도라고 칭찬해줬고,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게 되기도 했었어.

데이트도, 썸도, 연애도 적지 않게 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했고, “남자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3명인데, 그중 2명은 미국인이었어. 그리고 2019년에 만난 2살 연하의 미국인 남자친구가 앞서 말한 그 전 남자친구야. 그가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바람에 당시 우리는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었어. 워홀은 그를 만나기 전부터 고민하고 있었지만, 캐나다로 결정하게 된 건 “한국-미국보다 캐나다-미국이 나으니까”가 그 이유였지. 너무 단순한가? 캐나다의 많은 도시 중 토론토를 선택하게 된 것도 그가 토론토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뉴욕으로 이사할 계획이었기 때문이었어. 그러면 그나마 서로 자주 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얄궂게도 그와 헤어진 뒤에 워홀 합격레터를 받게 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닫힌 국경이 열리길 기다린 지가 어언 3년… 드디어 가게 된 거야.

비록 그와는 헤어졌지만 그럼에도 캐나다로 떠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캐나다의 워홀 선발은 추첨제라서 순전히 운에 맡겨야 하는 방식이고, 인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어. 그래서 비자 받는 게 비교적 어려운 나라인데, 두 번째 시도에 붙었으니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야. 게다가 코로나 때문에 비자 유효기간을 3번이나 연장하면서 오기도 생겼어. 이외에도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덜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권에 대한 선진화된 의식 수준도 이유가 될 것 같아. 캐나다에 가서는 해보지 않았던 일들에도 단호히 "Yes!"를 외치며, 서른 살이 아닌, 스무 살인 것처럼 지내는 게 내 목표야. 잠시 닫아두었던 연애 사업도 다시 한번 활짝 열어보려고! 😁

최근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난 사랑할 때 가장 열정적인 것 같아. 불가능해 보이는 그 무엇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든. 그러다보면 인생의 길이 바뀌기도 하는데, 나는 늘 “오히려 좋아”였던 것 같아. 그렇게 사랑은 늘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켰어. 그래서 난 내가 만난 모든 연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이별 역시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줬지. 정말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어려운 일이지만, 힘든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은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곤 했거든.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가장 먼저 두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으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항상 사랑하며,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

너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인 순간은 언제였어? 사랑에 열정적이었던 순간은?

너의 얘기도 들려주면 좋겠다. 그럼 오늘도 편지 읽어줘서 고마워.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편지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