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섯 번째 편지, “상대의 잘못된 맞춤법을 지적하는 행위에 대하여”

안녕, 친구! 이번 주는 그래도 날씨가 많이 풀렸더라. 곧 봄이 오려나 봐.

2023. 2. 12.

안녕, 친구!

이번 주는 그래도 날씨가 많이 풀렸더라. 곧 봄이 오려나 봐. 하지만 나는 좀 더 긴 겨울이 있는 캐나다 토론토로 곧 떠나게 되어서 약간의 억울함도 들어. 요즘 “캐나다 갈 준비 잘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또 전시가 시작된 후로는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좀처럼 출국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거든. 그래서 이번 주 편지도 염치없지만 써두었던 글 한 편을 동봉해. 내 블로그에서는 꽤 인기글이야. 그럼 오늘 편지도 재밌게 읽어주길!

<상대의 잘못된 맞춤법을 지적하는 행위에 대하여>

2019. 10. 22.

나는 작년까지 친구들과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문법충'으로 활동했다.

예를 들어 '되'와 '돼'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나 '며칠'을 '몇 일'이라고 쓰는 경우, '오랜만에'를 '오랫만에'라고 쓰는 경우 등등 친구들의 잘못된 맞춤법을 발견할 때마다 고쳐주었다. 나와의 채팅에서 맞춤법을 틀리는 건 괜찮은데, 이 친구가 공적인 상황에서도 이렇게 잘못된 맞춤법을 사용한다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고, 나는 친구의 그런 점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애정 어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친구들은 나의 그러한 지적을 달가워하지 않았고, 친구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불편하게 그런 지적을 계속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번 연도부터는 아예 그런 행동 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상대방의 잘못된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영어권에서는 '문법 나치 Grammar Nazi'라고 부른다. '문법충'이나 '문법 나치'나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는 건 마찬가지.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맞춤법을 고쳐주는 사람들에게 왜 늘 이런 불명예스러운 칭호가 따라붙는 것일까. 이에 대해 최근 나의 경험으로 하여금 깨달은 바가 있어 적어보려 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미국인 남자친구는 종종 나의 잘못된 영어 표현이나 문법, 스펠링 등을 고쳐주곤 하는데,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에 대해 창피하다고 느끼지도 않고 그가 그렇게 바로잡아 주는 것에 대해 너무도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은 내가 먼저 남자친구에게 내가 사용하는 영어 표현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검사를 부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스물한 살 무렵에 사귀었던 다른 미국인 남자친구 역시 종종 나의 잘못된 영어를 고쳐주곤 했는데, 그가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고, 영어 관련된 과제가 있더라도 원어민인 남자친구에게 웬만하면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최근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분명 둘이 같은 행동을 했는데도 왜 내가 받아들이는 느낌은 달랐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떠올려보니 내 한국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그들의 태도에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내 친구들이 전 남자친구에게 "내가 영어를 잘 못 해서 미안해."라고 말했을 때, 그는 "괜찮아."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 남자친구는 "네가 왜 미안해해? 내가 한국어를 잘 못 하는 게 잘못된 거야. 내가 미안해."라고 답했다. 너무 당연하지만, 정말 맞는 대답이다. 왜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영어를 못하는 걸 미안해하거나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분명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 자신을 스스로 낮추어 평가하고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부 영어 원어민들은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낮추어 보기도 한다. 지금 나의 남자친구는 그 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 친구들에게 '너 자신을 낮출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마음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그가 나의 잘못된 영어 표현을 지적하는 행위가 '내가 너보다 더 위에 있으니, 너를 가르쳐주지.'라는 마음이 아니라, '나는 너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올곧게 다가왔기 때문에 내가 부끄럽게 느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깨달음으로 하여금 나는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다. 물론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애정 어린 마음이 있었던 건 맞지만, 종종 '어쩜 이렇게 쉬운 문법도 항상 틀리지?' 혹은 '헷갈리면 나처럼 검색하거나, 다른 말로 바꿔쓰지. 이해가 안 되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즉 나의 맞춤법 지적을 달가워하지 않았던 친구들은 나의 그런 시각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성이 많이 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