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 스물두 번째 편지

안녕, 친구!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어? 난 친구들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집에서 보냈어.

내게는 방 안에 틀어박혀서 책만 들입다 파고들었던 시기들이 있어. 학교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1학년 때, 재수를 했을 때, 일 그만둘 결심을 했을 때, 그리고 요즘. 내 안에서 부유하는 수많은 생각 중 나에게 맞는 답을 건져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날들이지. 아직 캐나다에 있었을 때, 한국에 돌아가면 어떻게 지낼 거냐는 질문에 걱정하지 말라며 내일의 윤나라가 알아서 잘할 거라고 떵떵거렸는데, 막상 바통을 넘겨받은 그 내일의 윤나라는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고 있네. 그래도 길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달리기보다는 천천히 숨을 고른 다음, 다른 사람의 레일이 아닌, 내 레일에 서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지금 이 시기가 앞으로의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어.

최근 유튜버 신아로미 님이 <요즘 것들의 사생활>에 출연해서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에 대해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어. “잘하는 거 얼마나 잘하는데? 일단 좋아하는 거 해. 잘하는 거 해 봤자, 싫어하면 어차피 금방 다른 애가 너보다 더 잘하게 돼. 어차피 오래 못해. 그런데 좋아하는 걸 하면 오래 할 수 있고, 그러니까 잘하게 돼. 그리고 잘하게 되면 재밌어.”

너무 공감이 가는 말이었지만, 나는 “좋아하는 일 vs 잘하는 일”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혹시 “이키가이(生き甲斐,Ikigai)”라고 들어봤어? 삶을 뜻하는 '이키'와 가치라는 의미의 ‘가이’가 합쳐진 말인데, 존재 이유나 삶의 목적으로 해석된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돈이 되는 것, 그리고 세상에 필요한 것으로 구성된 벤다이어그램으로도 유명하지.

위 벤다이어그램처럼,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무려 네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게 가능할까? 우선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잘해. 아주 복 받은 일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들이 유의미하다는 걸 최근 몇 년간 여러 번의 전시와 다양한 창작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어. 그래서 이제 내게 중요한 건 이걸로 “돈이 되는 것”을 찾는 거야. 내가 그 마지막 토끼까지 잡을 수 있을까? 설령 쉽지 않을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해.

곳곳에 색색의 봄꽃이 피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는 걸 보니 정말 봄인 것 같아. 그런데 나뭇가지에 연둣빛 새싹이 움트는 지금, 땅속에는 이미 가을과 겨울이 웅크리고 있다는 거 알아? 마찬가지로, 나뭇가지가 마른 잎을 떨어뜨리는 때에도 땅속은 봄과 여름을 품고 있지. 그러니 가을엔 낙담할 것 없이, 봄에는 들뜰 것 없이 우리 몫의 시간을 살아내자. 그럼, 이번 한 주도 꽃향내 가득한 일주일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