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는 게 제일 좋아!“ - 스물한 번째 편지

안녕, 친구!

정말 오랜만이야. 마지막으로 편지를 보냈던 게 작년 6월 10일이었으니까 무려 9개월이 넘어 연락하는 거네. 그리고 내가 일 년간의 캐나다 워홀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어. 시간 참 빠르다. 그렇지? 그동안 쌓인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무슨 이야기를 제일 먼저 들려주어야 하나 골똘했는데, 지금 당장 나의 현안이 “앞으로 먹고 살 궁리”이다 보니, 가장 먼저 “일”에 대한 내 생각을 들려주고 싶었어.

대학교 3학년 때, 우리 과 학년 담당 교수님과의 면담 시간이 있었어. 교수님의 첫 질문은 “나라는 뭘 제일 좋아하니?“였지. ”전 노는 게 제일 좋아요!“라고 답했어. 그러자 교수님께서는 ”노는 건 좋은 거야. 하지만 시간 낭비는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라고 하셨지. 그 뒤로 “노는 것”과 “시간 낭비”의 구별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했어. 노는 와중에도 ‘혹시 내가 지금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자꾸 뒤돌아보기도 했지.

그렇게 “노는 것”과 “시간 낭비”의 기준을 규정하지 못하고, 때때로 순간을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한 채 어정쩡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면서 지내던 어느 날, 나의 이 고민을 다른 어른께 말씀드리게 됐어. 그 분께서는 “그런데 ‘시간 낭비’라는 걸 누가 정해?”라고 하셨지. 난 그 짧은 한마디에 머리를 댕-하고 맞은 것 같았어. 낭비라는 건 헛되이 헤프게 쓴다는 건데, 무엇을 하든 내게 의미 있는 시간이라면 낭비가 아닌 거잖아?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인생, 내 시간이라면 그 기준은 온전히 내가 정하는 거지. 그리고 애초에 내가 해맑게 교수님께 대답했을 때의 “노는 것”에 대한 내 정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거든.

난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그저 평범하게 학교’만’ 다니지 않았어. 학교 내외로 정말 다양한 활동을 끊임없이 했거든. 회사에 다니면서도 마찬가지였지. 내게 흥미가 생기는 일이면, 며칠 밤을 지새우더라도 무조건 도전했어. 뜻이 맞는 친구들과 팀을 꾸려 공모전에 나간 것도, 야근과 아트 페어 준비를 병행했던 것도, 논문에 가까운 여행기를 블로그에 연재한 것도, 그 누구도 시키지 않은, 그저 내가 좋아서 한 일들이었지. 그리고 이것들이 내겐 “노는 것”이었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로 하여금 얻는 것들을 고려하게 마련이잖아. 하지만 “노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보상이고, 결과지.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대개 일과 삶을 동일시하는데,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삶은 곧 놀이가 되는 거야.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한 톨도 낭비하지 않고, 잘 노는 삶 말야.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 먹고 잘 살아보려고!

친구는 어떤 일을 하며 시간 보내는 걸 좋아하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는지도. 최근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보게 된 사진 한 장을 공유하며 오랜만에 보내는 이 편지를 마무리할게.

“인생은 모두 부업일 뿐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본업이다. 부업에 목숨 걸지 말고, 본래의 할 일로 돌아오라, 재가 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