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여섯 번째 편지,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안녕, 친구! 요즘 어찌 지내? 내가 여기 토론토에 온 지도 벌써 ...

2023. 4. 24.

안녕, 친구!

요즘 어찌 지내? 내가 여기 토론토에 온 지도 벌써 두 달이 되었어. 처음에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것도,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계산하는 것도, 대중교통을 타는 것도 모두 낯설어서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하나 하나 새로 배워야 했는데, 어느덧 이곳의 방식과 풍경에 제법 익숙해졌어.

하지만 이곳 날씨에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네 😂 저번주는 꼭 여름 같았는데, 이번 주부터는 다시 쌀쌀한 초봄 날씨야. 여기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여름을 기다려. 그래서 저번 주말 줄리아랑 소피와 함께 다녀온 온타리오 호수에서의 피크닉은 캐나다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이곳 여름이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

Sofie(소피)는 줄리아가 소개해준 친구인데, 셋이서 처음 만난 날 이후로 둘이서, 또 셋이서 자주 만나고 있어. 소피도 나처럼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좋아하는 데다가, ENFP라서 서로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아. 여기에서 마음이 잘 맞는 친구 한두 명만 사귀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줄리아와 소피가 있으니, 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인복이 많은 거야! IVE의 노래, After Like 가사 “내 장점이 뭔지 알아? 바로 솔직한 거야”가 밈이 된 거 알지?(나는 인터넷 사람이라 아는데, 혹시 모를까 봐 😂) 혹자는 인복이 저절로 주어지는 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자기 자신이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 사람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사실 인간관계를 위해선 돈, 시간, 에너지를 써야 하는 법인데, 난 셋 다 아낌없이 쓰는 편이거든. 아직 여기에선 친구가 한국만큼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보다 물가가 비싼 편인 데도 불구하고, 의도치 않게 돈을 절약하고 있을 정도야 😂 아무튼 그동안 편지를 통해 소개한 줄리아와 소피, 그리고 하우스메이트들 외에도 이곳에서 만난 좋은 인연과 만남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어.

정말 운이 좋게도 4번의 집 뷰잉만에 내가 원하는 집을 딱 찾아 이사 올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한국인 친구가 한 명 있어. 지금 살고 있는 집은 3번째로 봤던 집인데, 2번째로 봤던 집의 주인아주머니께서 이미 그 집에 살고 있는 하우스메이트 중 한 명이 한국인이라고 말씀해주셨어. 하루 종일 밖에서 영어를 하다 보면 피곤할 텐데 집에서라도 한국인과 생활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어. 그리고 그곳에서 혜진이를 만나게 됐지. 집주인 아주머니를 대신해 집을 꼼꼼히 소개해주면서 혹시 이 집에 같이 살게 되지 않더라도 토론토에 사는 동안 종종 만나서 어울리자며 선뜻 자기 연락처를 먼저 알려주더라구. 그래서 그 뒤로 연락하며 지냈는데, 나랑 동갑인데다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라는 걸 들으니, 내가 여기에 오기 전 읽었던 인터넷 카페 글이 하나 떠올랐어. 꼭 혜진이가 쓴 글 같아서 링크를 찾아 보내면서 혹시 “이 글, 혹시 네가 썼어?”라고 물어보니, 맞다는 거야. 토론토에서의 워홀 1달 후기 글이었는데, 워홀러들의 첫 정착 과정을 위한 여러 조언과 더불어, 경력과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홀을 가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전해보라는 메시지를 담은 글이었지. 나처럼 막차(워홀 나이 제한인 만 30세)를 타고 온,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친구가 쓴 글이다 보니, 나도 정말 많은 힘을 얻었던 글이었어.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그 글을 쓴 친구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정말 신기했지 뭐야. 그동안 두 번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시며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어. 혜진이는 크고 작은 인테리어 회사 200군데에 지원했다고 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제의를 받은 곳은 5군데 정도였대.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 현지 회사에 취업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래도 지금은 그중 한 곳에 최종 합격해서 다니고 있는데, 한국만큼 밥 먹듯 야근하는 문화가 아닌 것만으로도 정말 만족한다고 해. 나는 이제야 20군데 남짓 지원을 했으니, 쉽게 포기하지 않고, 최소한 혜진이만큼은 도전해보려고! 아무튼 혜진이의 글을 읽고, 또 직접 만나고 나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용기가 생겼어. 고마워, 혜진아!

또 한 가지, 뜻밖의 기분 좋은 만남에 관해서 얘기해보고 싶어.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Karrot이라는 앱을 광고하더라구? 우리나라의 ‘당근마켓’과 비슷한 것 같아서 찾아봤는데, 다름이 아니라, 바로 그 ‘당근마켓’이었어! 영국・미국・캐나다・일본에도 진출한 거래. 신기하지 않아? 출국하면서 당분간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지웠었는데, 다시 다운로드했지. 안 그래도 전기밥솥을 사고 싶었기 때문에 찾아보다가 딱 적당한 걸 발견했는데, 가격이 쓰여 있지 않아 얼마냐고 물었더니 10달러라더라구. 오고 가는 교통편과 시간을 생각해보니 차라리 새 걸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갑자기 판매자가 “사실, 그냥 공짜로 가져가도 돼.”라고 하는 거야.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그럼 나야 너무 좋지!”라고 하며 이유를 물어보니, “때때로 나이스해지는 건 좋은 일이잖아! 하하하”라고 하더라구. 그렇게 조나단이라는 친구로부터 공짜로 얻게 됐어. 사실 실제로 요리해보니 전기밥솥이라기보다 찜솥에 가까워서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어쨌든 밥을 만들 수 있으니 만족해. 나눔해준 데에 대한 보답으로 한국에서부터 가져간 한국 전통 문양 책갈피를 선물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5월에 한국으로 여행 간다더라구! 그래서 방문하면 좋을 장소들도 몇 군데 알려 줬지. 참 기분 좋은 만남, 그리고 뜻밖의 득템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