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 번째 편지, 모여봐요 동물의 숲

안녕, 친구!

오랜만에 제때 보내는 나라레터야 😂 잘 지내고 있어?

여기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쌀쌀한 초봄 날씨였는데, 갑자기 냅다 여름이 되어버렸지 모야~ 막 온도가 27도까지 올라서 다들 반팔을 입고 다닌다니까? 그런데 또 다음 주에는 10도 가까이 훅 떨어질 예정. 여기 날씨는 완전히 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방심해서는 안 된대. 그래도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기분은 훨씬 좋아! 😊

요즘 한국 날씨는 어때? 생각보다 날씨는 사람에게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 이곳에 온 뒤로 “난 내가 우울증을 겪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실 그냥 캐나다 겨울 때문이었어.”라고 말하는 릴스를 많이 봤어. 그러니 그동안 내가 약간 무기력했던 것도 내 탓이 아니라, 이곳 날씨 탓으로 해버리려고! 😁 우리 인간이 자연물인 만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도 그만큼 중요한 것 같아.

서울과 토론토는 면적이 비슷하지만,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의 인구는 서울의 1/3이라는 점,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많은 서울에 비해 여기는 주택이 많다는 점, 그리고 서울은 굵직한 산과 강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는 커다란 호수와 많은 공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야. 그리고 또 한 가지, 간판을 가린다고 마구 잘라버려 삐죽삐죽 못생긴 서울의 가로수에 비해 여기 나무들은 오랜 세월 자기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며 편하게 숨 쉬고 있지. 그렇게 커다란 나무들과 사람들이 잘 가꾼 집 앞 마당들, 그리고 곳곳의 공원으로 인해 난 매일 초록색을 눈에 담아. 그리고 이렇게 잘 갖춰진 녹지들 덕분에 동물 친구들도 이 대도시를 제집으로 삼는 데 문제가 없는 모양이야. 다람쥐와 라쿤, 토끼, 각종 아름다운 새들을 길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서울 도심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이라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미움받는 길고양이, 떠돌이 개, 비둘기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말이야. 덕분에 평화로운 분위기의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 안에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얼마 전에는 드디어 길에서 라쿤을 만났어. 그와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정말 귀엽더라. 가까이 다가오니까 살짝 뒷걸음질 치게 됐지만 말이야. 친구의 친구도 캐나다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 내놓는 날 내놓지 않으니 라쿤이 집 문을 똑똑 노크하더래, 자기 밥 좀 먹게 음식물 쓰레기 내놓으라구 😂 하우스메이트 중 한 명인 마이카의 방 창문을 두들기는 라쿤도 있어. 3층인데 말이야. 😦 (언젠간 내 방 창문에도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히히) 가끔은 코요테도 돌아다닌대. 물론 만나면 바로 도망가야 하겠지만, 동물원에서만 볼 수 있음 직한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게 너무 신기해. 여긴 새들도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총천연색이고, 큰 공원에 가면 오리와 거위, 백조 등도 볼 수 있어.

우리 집에 자주 찾아오는 다람쥐도 있는데, 달리 줄 만한 게 없어서 오트밀 시리얼을 조금 나눠 주었지.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니, 친구들이 다람쥐가 너무 통통하다며 분명 밥을 잘 먹고 다니는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 다른 집 마당에 종종 작은 야채 조각들이 흩뿌려져 있는 걸 봤는데, 내 생각엔 집주인이 동물 친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같아. 이렇게 대도시이지만 여러 동물 친구들과 교감할 수 있는 게 이곳 생활의 장점 중 하나야.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4월 1일부터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게 금지됐대.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이롭지 않기 때문이지. 사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아.

최근 새로 알게 된 재밌는 용어가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Cute Aggression(귀여운 공격성)”이야. 귀여운 아기나 동물들을 보면 흔히 “깨물어 주고 싶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잖아. 그런데 그게 단지 표현일 뿐 아니라, 심리적 현상이라더라구.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을 흘리거나 너무 슬픈 나머지 헛웃음이 나기도 하는 것처럼, 우리 몸이 항상성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뇌에서 과도한 도파민의 생성을 막고 호르몬의 균형을 유지하는 거래. 여기는 길에 산책하는 강아지도 엄청 많고, 홀로 집에서 나와 유유히 다니시는 고양님들도 계셔서 매일 이 심리적 현상을 겪고 있어. 지구 뿌셔! 아파트 다 뽑아! 우주 뿌셔!!! 🤯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친구도 귀여운 거 많이 보고, 뿌셔뿌셔 하는 즐거운 나날 보내기를 바랄게!

오늘 편지도 읽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다음 주에도 편지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