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한 번째 편지, 마시멜로 이야기의 진실

안녕, 친구!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냈어? 난 저번 편지에 ...

2023.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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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한 번째 편지, 마시멜로 이야기의 진실

안녕, 친구!

이번 한 주는 어떻게 보냈어?

난 저번 편지에 답장을 많이 받아서 마음 따-땃한 한 주를 보냈어. “힘들었다”는 나의 한 문장에 달음질해 온 친구들의 글 마디마디가 내 등을 토닥여주는 손길처럼 느껴졌지. 이 멀리까지 와 있는데도 바로 옆에 있는 듯 느껴. 이렇게 감동받는 순간마다 “내가 뭐라꼬…”하는 생각에 그저 감사하게 돼. 내 인연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친구!

그나저나 저번 편지에서는 아직 하우스메이트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급전개로 저번 주말에 하우스메이트 굴밋이랑 그의 방에서 드라마를 같이 보게 됐어.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라는 동명의 유명 비디오 게임이 원작인 드라마인데, 정체불명의 곰팡이가 전 세계에 퍼져 인류의 60% 이상이 죽거나 감염되어 괴생명체가 되어 버린 뒤 20년 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어. 딸을 잃은 중년 남성 조엘과 그와 동행하는 10대 소녀 엘리가 주인공이야. 그리고 거기에 그런 장면이 나와. 엘리가 들판에 있는 추락한 비행기 파편을 보고 조엘에게 비행기를 타본 적이 있냐고 묻지. 조엘은 그렇다고 답하는데, 엘리가 너무 멋지다고 말해. 조엘은 그땐 그게 특별한지 몰랐다며 회상에 잠긴 듯 눈빛이 아련해져. 그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 날 밤, 3층 내 방 창문에서 평화로운 우리 동네를 내려다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내가 이 먼 곳까지 날아와 이 풍경을 보고 있을 수 있는 걸까.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서울에서 토론토까지의 거리는 대략 10,594km이고, 비행기의 역사는 100년, 상업용 여객기 역사는 50년 남짓이더라.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꿈같은 일이 일상이 된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어. 그런데 사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일상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것도 우린 경험했잖아?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기를 쓰고 해외로 나가는 게 십분 이해돼.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고. 그럼 오늘은 코로나가 한참 심각했던 2020년 여름에 썼던 글 한 편을 소개해볼게.

<세상은 초록반 선생님을 닮았어>

2020. 7. 15.

요즘,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시기라서 느낀 한 가지는, 내가 그동안 '나중에'라는 모호한 말로 행복을 미루지 않고, 그때그때 만끽하고 살았던 것이 내 인생을 더 값지게 만들었다는 점.

믿고 싶진 않지만 "자유여행 시대의 종말"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나오는 요즘, 내가 그동안 "나중에 돈을 많이 모아서 세계여행을 갈 거야!"가 아니라, 여행 가고 싶을 때마다 그때그때 돈을 모아 다녀왔던 것이 내게 얼마나 큰 밑거름이 되어주었는지, 후회 없는 삶을 살게 해주었는지 깨닫는다.

어렸을 때 읽었던 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하나를 그릇에 놓으면서 아이에게 지금 먹어도 되지만,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두 개를 주겠다고 했을 때, 기다리지 않고 하나를 먹은 아이들보다 참고 기다린 뒤 하나를 더 보상으로 얻은 아이가 더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이었다.

실험의 취지와 결과의 해석은 이해되지만, 사실 세상은 아무리 얌전하고 착하게 기다린다고 해도 마시멜로 하나를 더 보상으로 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나마 접시에 놓아둔 마시멜로도 뺏어가는 경우가 다반사.

의도된 건 아니었지만, 7살이었던 내게 똑같은 상황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 6~7세 노랑반 아이들에게 4~5세 담당 초록반 선생님이 동생들을 재우면 자고 일어나서 간식인 호빵을 하나 더 주겠다고 하셨다. 다른 친구들은 동생들을 돌보지 않고 놀았지만, 나는 잠들지 않는 동생들을 자진해서 도맡아 2~3명 재우고 까무룩 잠이 들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이미 친구들은 호빵을 다 먹은 뒤였는데, 나는 내 몫의 호빵 두 개를 초록반 선생님께 요구했지만, 돌아온 말은 "남은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