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홉 번째 편지, 캐나다에서 일주일 만에 방 구하는 법

하이! 하우 알 유, 친구? 😁

나는 생각보다도 훨씬 빨리 집을 구하게 되어서 임시 숙소였던 호스텔 생활을 접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해왔어. 우리 집은 3층으로 된 하우스이고, 집주인 조지(George) 할아버지와 사회복지사 마이카(Meike), 촬영감독인 굴밋(Gurmeet), 그리고 나까지 4명이 함께 살아. 사실 내 방의 원래 주인은 수잔(Suzan)인데, 6개월간 어머니가 계시는 영국에 가 있을 예정이라 그 기간 동안 내가 이 방을 렌트하게 되었어. 아주 운이 좋게도 도착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집을 알아본 지 3일 만에) 내 맘에 쏙 드는 곳을 찾게 되어서 매우 기뻐! 그리고 여긴 나의 해외 살이에 대한 로망을 충족시켜주는 집이랄까. 전형적인 캐나다 주택인 데다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라서 하우스메이트들로부터 배우는 점도 정말 많을 것 같아.

자, 그럼 이 집의 좋은 점들을 좀더 나열해볼게. 처음에 집을 보러 왔을 때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마자 왠지 좋은 예감이 들었어. 큰 길가 안쪽에 위치한 주택가라 조용하면서도 길에 사람들이 적당히 다니고 있었고, 바로 근처에 학교도 있어서 안전할 것 같았거든. 그리고 하우스메이트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어서 더 좋은 인상을 받았어. 집을 구경하면서는 오래된 집이지만 아주 귀엽게 꾸며져 있어서 바로 확신이 들었지, 여기에 살아야겠다고! 위치도 다운타운 안이라 교통편도 아주 좋고, 식료품과 각종 필요한 물건들을 살 수 있는 큰 마트들도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어. 또 코리아타운과 가까워서 언제든 한국 상점과 음식점에 갈 수 있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좋은 건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렌트 가격! 정말 나에게 딱 맞는 집이야. 아, 참! 저번 편지에서 말했던 줄리아도 가까이에 살고 있어서 혹시라도 내게 문제가 생기면 빨리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인 것 같아.

어떻게 이렇게 내가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집을 구할 수 있었는지, 그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게. 우선, 서울 집값도 미쳤지만 여기는 더 미쳤어. 보통 돈이 많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방 하나를 렌트해서 화장실이나 주방 등은 여러 명이 함께 공용으로 사용하는데, 그게 보통 사람 살 만한 곳이면 100만 원 정도부터 “시작”해. 그래서 룸메이트를 구해서 방 하나를 둘 이상이 쉐어하는 경우도 흔하지. 다 큰 성인들이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프라이버시도 없이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생활한다니! 그건 정말 끔찍하게 들리더라. 아무리 그 전에 이미 친구였어도 힘든 일일 텐데, 여기서는 생판 남과도 룸메이트가 되어 지내기도 해. 더 심한 경우에는 거실 같은 공용 공간에 가림막만 해놓고 거기도 세를 받는다니까?

그런데 나는 혼자 지내는 꽤 넓은 방을 얼마에 찾았게? 67만 원!!! 여전히 비싸다고? 수도세, 전기세, 난방비, 인터넷 요금,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집에 없거나, 있어도 사용 회수에 제한이 있거나, 아니면 추가로 돈을 내고 써야 하는 곳들도 있어) 등등이 포함된 가격인 걸. 아, 그리고 넷플릭스도! 😁 여기에서 이 가격에 구할 수 있는 집이면, 보통 지하 방이야(그래, 여기도 지하 방이 있더라). 실제로 내가 본 네 군데의 집 중에 반지하였던 곳이 67만 5천원이었어. 그런데 정말 방도 창문도 코딱지만 하고, 주방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공간에, 화장실 하나를 여자 3명이 함께 써야 하는 곳이었지. 당장 울며 겨자 먹기로 몇 달만이라도 거기에 살아야 하나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그 생각이 아주 끔찍하게 들릴 정도로, 햇볕이 잘 들고 아늑하고 쾌적한 내 방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어.

방을 보러 왔던 날, 조지와 수잔, 그리고 굴밋이 집에 있어서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어. 그들도 나도 함께 살게 된다면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난 챙겨 갔던 내 명함과 스티커를 나눠 드렸지. 즐거운 대화를 마치고 그날 뷰잉이 있던 다른 집에 가는 길, 조지 할아버지로부터 메일을 받았어. 그리고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지. 내가 받은 메일은 다음과 같았어. “우리 집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1700년대 네덜란드에서 마녀로 화형당한 누군가의 후손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전시가 특별히 흥미로웠습니다. (Thanks for visiting. I am descended from someone burned at the stake as a witch in Holland in the 1700’s. So I found your show especially interesting)” 이게 무슨 말이냐면, 내 최근 두 번째 개인전의 주제가 마녀사냥이었거든! 명함에 쓰여 있었던 주소를 통해 내 소셜 미디어를 확인하셨던 모양이야. 그리고 전시에 대한 내용은 한국어로 적혀 있었지만, 번역기를 사용하셨는지 소개 글을 읽으신 것 같았어. 내가 이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또 전시회를 하면서 마녀사냥의 실제 피해자의 후손을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말이야! 정말 놀랍지 않니?

그날 저녁 호스텔에 돌아오자마자, 이 집에 들어가고 싶다는 입주 신청서와 함께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왜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했는지에 관해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어. “안녕하세요, 조지 할아버지. 저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메일을 읽는 동안 온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저는 '마녀사냥'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그것에 대해 더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을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수단이라고 보았어요. 그래서 제 최근 전시회의 주제로 삼았죠. 저는 제 예술 활동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이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마녀사냥과 비슷한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그림으로 이 같은 현상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흥미롭게 봐주셨다고 하니 정말 기뻐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마녀사냥 희생자의 후손을 만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보지도 못했거든요. 조만간 할아버지로부터 마녀사냥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음 날 아침, 조지 할아버지께서 내가 신청서에 참고인으로 적은 줄리아에게 내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전화를 하셨고, 줄리아가 잘 말해준 덕분에 점심 쯤 이 집의 일원으로 초대한다는 합격(?) 메일을 받았어. 여러 후보자 중에 내가 이 집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역시 내 그림과 전시회가 한몫했다고 생각해. 그렇잖아, 동양에서 온 여자애가 자기 가족의 아픈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다니. 보통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 아쉽게도 내가 이사하는 날 아침, 조지 할아버지께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서 격리 중이시라 아직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어(다행히 기침만 조금 하시고 건강에 크게 이상이 있지는 않으신 것 같아. 하지만 물론 나도 조심하고 있어.) 그래도 조만간 할아버지께 마녀사냥과 할아버지 가족에 관해 물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겠지? 아무튼 그래서 캐나다에서 일주일 만에 방 구하는 법은 “마녀사냥에 관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해라!”가 될 것 같네! 😂 우스갯소리로 말하긴 했지만, 다양한 분야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나 도움되는 일인 것 같아. 그리고 특히 이를 그림, 글과 같은 기록으로 남기는 일도!

새로운 집에서 지금까지 4일째인데, 밤에 잠도 잘 자고, 낮에 햇빛도 양껏 받으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어. 궁금해 할 것 같아서 집 사진도 몇 장 첨부할게(솔직히 집 구석구석 너무 자랑하고 싶은 곳들이 많은데, 차차 기회가 되면 더 보여줄게!) 집을 아주 잘 구했으니, 다음 목표는 한 달 안에 그래픽 디자이너 잡 구하기! 이 좋은 기세를 몰아 잡도 잘 구할 수 있게 기도해줘!

그럼 오늘도 읽어줘서 정말 고맙고, 다음주에 다시 편지할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