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편지, “앞으로 잘 부탁해!”

안녕! 내가 반말로 인사를 건네 혹시 당황했을까? 그렇다면, 미안해. 하지만

2023. 1. 8.

💌 첫 번째 편지, “앞으로 잘 부탁해!”

모름지기 작가란 다른 사람의 삶에 관해서만 미주알고주알 적어 내려갈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에 관해서도 소박하고 진심 어린 글을 써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머나먼 타향에서 제 피붙이에게 써 보낼 법한 그런 글 말이다. 성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만이 먼 타향에서 그런 글을 적어 보내지 않겠는가.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첫 번째 편지, “앞으로 잘 부탁해!” - 예의 있는 반말

안녕!

내가 반말로 인사를 건네서 혹시 당황했을까? 그렇다면 미안해. 하지만 내가 뉴스레터를 기획하면서 이런 말투를 쓰기로 결심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한 번 들어봐 줄래?

우선 지난여름, 나는 강릉에서 6주 살이를 했어. 나 혼자 독자적으로 계획해서 다녀온 것은 아니고, <강릉살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녀왔지. 이 프로그램은 ‘청년마을’이라는 행정안전부의 사업의 일환인데, ‘청년마을’은 청년들이 지역 마을에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주거 공간이나 활동 공간, 지역 체험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야. 전국에는 27곳의 청년마을이 이미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중 나는 강릉에 있는 청년마을에 다녀왔고, 이곳에서 나는 처음 반말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 이 프로그램에는 나이도, 하는 일도, 관심사도 정말 다양한 15명이 모이게 됐어. 그리고 닉네임과 반말을 쓰는 게 이곳의 규칙이자 문화였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독특한 공동체 분위기가 형성됐어. 일단 아주 급격하게 친해질 수 있었고, 이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서로에게 서로가 아주 자유롭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지. 사실 이렇게 글로 적는 것만으로는 이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 같아. 하지만 혹시 ‘말이 가진 힘’에 대해 믿니? 내게는 이 경험이, 언어 체계를 간단히 스위치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맺는 인간 관계에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에 대해 확실히 느끼고 깨달을 수 있었던 계기였어.

사실 나는 강릉 외에도 거제, 공주, 아산에서의 청년마을 경험도 있는데, 그곳들의 문화는 주로 존댓말이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강릉과 비교했을 때, 참자가들끼리 찐~득함이 적달까. 딱 그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는 느낌. 아무리 친해지더라도 넘지 못할 하나의 선이 생긴 것 같았어. 하지만 난 내 뉴스레터에 위의 소로의 말처럼 “제 피붙이에게 써 보낼 법한 글”을 적고 싶었거든. 그래서 반말을 사용하기로 한 거야. 하지만 이제 이 밑으로 나는 ‘반말' 대신에 ‘평어’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해. ‘평어’는 상대방을 하대하지 않는 ‘예의 있는 반말'이라고 생각하면 돼. 존댓말과 반말은 위와 아래를 구분하는 말이잖아. 하지만 평어는 사람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는 대화 방식이야. 쉽게 말하자면 ‘평어’는 ‘반말’에 다른 이름을 붙여준 거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위치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즉, 내가 뉴스레터에 '평어'라는 대화 방식을 선택한 건 이 글을 읽어주는 친구와 평등하면서도 친근한 관계를 맺고 싶어서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한 가지 더, 내가 '평어'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어.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가 실제로 만나면 재미있는 사람인데, 내가 쓴 글과 그림을 보면 너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 내가 생각해도 그런 면이 다분한 것 같아. 그래서 친구에게 말하듯 하는 이런 말투가 그런 심각함을 덜고, 좀더 재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강릉에서 만난 홍시라는 친구를 통해 좋은 팁도 하나 얻었지 뭐야. 음성 기록을 녹취록으로 만들어주는 네이버의 <클로바노트>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내가 직접 말하는 걸 녹음해 글의 초안으로 활용해보라는 조언이었어. 내 목소리를 직접 녹음한다는 게 약간 쑥스러워서 아직 시도해본 적은 없지만, 언젠간 그 방법도 꼭 한번 시도해보려고!